2002년 소녀혁명 우테나(少女革命ウテナ)세미나 발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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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애니메이션 역사 내에서 본 우테나

소녀혁명 우테나(少女革命ウテナ)세미나 발제문

1. 서 론

1. 1차 아니메 붐, 그 시기의 일본 애니메이션

흔히 1차 아니메 붐 이라 일컬어지는 70년대 후반 ~ 80년대 말까지의 일본 애니메이션의 황금기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시기였습니다. 60, 70년대 아니메를 보고자란 세대들의 성장, 74년‘우주전함 야마토', 79년 ‘기동전사 건담’의 등장, 버블경기로 대변되는 일본 역사상 최대의 경제적 호황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불어 닥쳤던 이 변화는 단순한 일회성의 혹은 부분만의 변화라기 보다는 일본 애니메이션 전반에 걸쳐 나타났던 광범위한 변화였고 그를 통하여 애니메이션의 양적, 질적 팽창은 물론 산업으로서의 면모까지 갖춰나가던 매우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변화를 맞이했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복잡한 변화들 중에서도 가장 뚜렷하게 나타났던 한 가지 방향성, 혹은 특징을 꼽자면 그것은 바로 ‘대상 연령층의 상승’이라 할 수 있을 텐데요 이는 즉, 그 시기를 기점으로 일본 애니메이션을 향유하는 연령층이 훨씬 광범위해졌음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실제로 이 시기의 일본 애니메이션은 그 코드나 형태 혹은 주제에 이르기까지 과거에 비해 매우 복잡, 다양해 졌으며 그 결과 과거 10세를 전, 후한 아동들을 주 소비계층으로 제작되던 구조를 탈피하고 10대 후반 넓게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까지 제작되는 유연성을 보이며 자국의 인구 증가율이 둔화된 상황 에서도 꾸준히 시장을 넓혀가며 성장과 변화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시기 일본 애니메이션의 이러한 흐름이 전체적으로‘긍정적’이었다는 공통된 인식에도 불구하고 분명 몇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었는데요 그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집고 넘어가자면 그것은 바로 이 시기 이러한 흐름이 단지 특정성별-즉 남성-의 취향을 반영한 작품들에 집중 되었다는 것으로서 단편적인 예이긴 하지만 토미노 요시우키(富野由悠季), 이시쿠로 노보루(石黑昇), 타카하시 료스케(高橋 良輔)등의 디렉터들을 중심으로 -로봇 애니메이션의 기반위에 SF, 밀리터리, 사이버 펑크적인 코드들을 접목시킨- 리얼 로봇물이 성행하거나 신종 매체인 O.V.A를 통해서 H물 혹은 린타로(りんたろう)를 중심으로 한 알고스-매드하우스 라인의 성인 남성취향의 작품들이 꾸준히 제작되고 그러한 노하우들을 후속작으로 피드백되면서 계속 이어갔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여성향의 코드를 담아낸 애니메이션은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지 못하거나 혹은 동참하였다 하더라도 그다지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시기에 여성향의 애니메이션이 전혀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특히'마법의 프린세스 밍키모모(魔法のプリンセス ミンキ-モモ, 82)’라는 작품이 등장 하면서 마법의 힘을 지닌 여자아이가 변신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변화시키고 일상의 자잘한 에피소드들을 해결한다는 식의 소위 ‘변신 소녀물 ’이란 -여성향의- 장르가 태동하고 이후에도 매년 꾸준히 비슷한 컨셉의 작품이 등장할 정도로 크게 성행(?) 하기도 했고요 그 외에도 ‘베르사이유의 장미(ベルサイユのばら, 79)','유리가면(ガラスの假面, 84)',‘11인이 있다!(11人いある!, 86)’같은 순정 만화들이 과거 주로 다카라즈카로 컨버젼되던 형태를 벋어나 애니메이션화 된다거나 심지어 야오이를 원작으로 한‘절애(89)', 미소년 변신물이란 매우 독특한 컨셉을 지향를 했던 선라이즈의‘개전 사무라이 트루퍼즈(鎧傳 サムライトル-パ-, 88) 같은 변칙적인(?) 작품까지 제작되던 시기가 바로 이때이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다양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 여성향의 코드를 담아냈던 애니메이션들이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 전자-변신 소녀물-의 경우엔 일정한 흐름을 타고 하나의 장르로서 자리 잡기는 했지만 실제 그것을 소비하는 연령대가 과거 ‘요술공주 셀리(魔法使いサリ)’이후 꾸준히 내려오던 마법 소녀물의 그것과 그다지 차별화 되지 않는 10세를 전, 후한 연령대에 편중되어 있었고 후자의 경우는 물론 과거보다 훨씬 높고 다양한 연령층을 타킷으로 제작되기는 했습니다만 이미 비율에서 조차 소수였던 여성팬 혹은 여성향적 코드에 매력을 느끼는 팬들의 구매력은 분명 꾸준하고 지속적인 소비를 바랄수가 없는 저조한 수준이었고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굳이 쉽고 편한 -게다가 잘나가고 있는- 남성향 애니메이션을 버리고 선례도 많지 않고 리스크 까지 큰 여성향의 그것을 제작해야 할 만한 어떤 메리트도 존재하지 않았기에 결국 이 시기에 시도되었던 몇몇 새로운 여성향 애니메이션들은 2차, 3차로 계속 이어지는 어떤 흐름을 형성하기 보다는 단발성의 이벤트나 혹은 시행착오 정도로 귀결되었고 그 결과 1차 아니메 붐 시기동안의 일본 애니메이션은 다분 남성 편향적인 매체로서 그 정체성을 확립해 가면서 90년대를 맞이하게 됩니다.

2. 90년 초 아니메의 정체(停滯), 새롭게 각광받게 된 여성향의 코드와 그 한계

80년대가 활발한 발전의 시기였다면 90년대 초 일본 애니메이션은‘정체’의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80년대 후반 일본의 버블경기가 종식되면서 일본 전체에 불경기의 그림자가 드리우게 되고 비슷한 시기 천문학적인 제작비를 들였던 두편의 극장용 애니메이션 ‘왕립우주군: 오네아미스의 날개(王立宇宙軍オネアミスの翼, 87)’와 ‘아키라(アキラ, 88)’가 흥행에 실패하면서 애니메이션에 대한 투자심리까지 위축되는 이중고를 맞은 일본 애니메이션은 90년대 들어 더 이상 시장을 성장 시키지 못하고 답보 상태에 머무르게 됩니다.

게다가 과거 애니메이션과 공고한 커넥션을 이루면서 서로간의 영향을 주고받았던 소년만화는 더 이상 애니메이션에 획기적인 모티브를 제공해주지 못했고 비디오 게임이라는 새로운 난적까지 등장하면서 이 시기의 애니메이션은 과거 80년대의 -비록 남성향이 주류를 이루긴 했지만-다양한 시도들을 더 이상 이어가지 못하고 한정된 시장 안에서 그때까지 만들어진 시스템에 안주하는 진부한 작품들을 재생산하는 형태로 고착되면서 일각에서는 심지어‘일본 애니메이션 몰락론’같은 위기인식이 오갈 정도로-다른 사람의 표현을 빌리자면-서서히 썩어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오히려 이런 침체기에 일본 애니메이션들이 여성향적 코드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인데요 물론 이는 당시 정체된 시장 내에서 만족스런 상업적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순도 100%의 어떤 정석에 얽메이기 보다는 다양한 코드, 다양한 취향들을 골고루 만족시키며 광범위한 구매력을 끌어 앉을 수 있는 퓨전적인 형태의 애니메이션이 필요하다는 공통된 인식에서 여성의 그것 역시도 하나의 방법론 정도로 시도된 것이었습니다만 의외로 반응이 좋았던 탓인지 이 시기의 애니메이션은 ‘미소녀전사 세일러문(美少女戰士 セ-ラ-ム-ン,92)' '마법기사 레이어스(魔法騎士レイア-ス, 94)’같이 변신 소녀물에 거대한 스케일이나 메카, 혹은 판타지같은 남성향적 요소들을 가미시킨 변종(?) 변신 소녀물이나‘신 기동전기 건담 W(新機動戰記ガンダムW, 95)', ’천공의 에스카플로네(天空のエスカフロ-ネ, 96)‘- 비록 '에스카..‘는 시기가 좀 애매하긴 하지만 -처럼 남성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로봇물에 여성향적인 코드를 접목 시킨 작품들 까지도 등장했고 '나의 지구를 지켜줘(ぼくの地球を守って, 94)',‘마머레드 보이(ママレ-ド ボ-イ, 94) ‘내 남자친구 이야기(ご近所物語, 95)’,‘아이들의 장난감(ごどものおもちゃ, 96)’들과 같이 남성에게 어필할만한 요소들이 충분한 -연애, 코메디, 혹은 거대한 스케일-순정만화들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들 역시도 꾸준히 제작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도 명백한 한계가 존재했던 것이 ‘세일러 문’이 분명 변신을 통한 여성의 데포로메 욕구를 해소하는 여성향의 장르이긴 하나 세일러 복 이라는 매우 페티시즘적인 복장을 주연 여성 케릭터들의 코스츔으로 취하면서 시선-바라보기의 쾌락의 대상으로 여성을 설정, 분명 남성 시청자에게도 크게 어필을 한다거나‘아이들의 장난감’이라는 작품이 남,녀 주인공이 티격태격 하면서 연애감정을 키워가는 여성향의 로멘스 코메디이기는 합니다만 애니메이션화 되면서 원작에서 비중있게 묘사했던 주인공 사춘기 소녀 사나의 서정성, 심리묘사 보다는 훨씬 포괄적인 취향을 반영하는‘개그’에 훨씬 비중을 두었듯이 이 시기의 일본 애니메이션 속 여성향적 코드들을 어느 정도 선에서 남성향적인 코드와의 타협하거나 보편적인 속성의 변주가 존재 혹은 가미되지 않고서 고스란히 그 자체가 반영 되는 경우가 확실히 드물었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오니사마에(お兄さまへ, 91)’ 정도가 예외로 분류될 수 있겠군요...)

물론, 그렇다고 그러한 작품들이 전혀 무가치하다거나 혹은 그릇된 작품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적어도 그 당시처럼-물론 지금도 마찬가지긴 합니다만- 여성향적 코드에 대한 접근이 부족했던 상황에서 미약하게나마 그러한 코드들이 수용되기 시작했다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 할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오래전부터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발전해온 남성향적 코드들과는 달리 어떤 진지한 고찰이나 시도가 선행되지 못했던 여성향적 코드들이 갑작스럽게 상업적인 필요성에 의하여 수용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고 실제로도 그러한 작품들이 여성의 취향을 온전하게 반영하거나 여성 그 자체의 담론을 확장 했다기 보다는 남성향적이 코드와 결합한 일종의‘변주’정도에 머무르면서 오히려 통속적인 성 역할구도를 강화하거나 과거와 별 다를바 없는 여성에 대한 단편적인 이해도를 보여 줌으로서 결국 이 시기의 애니메이션 역시도 애니메이션의 전체에 뿌리내린 남성 편향적인 구도를 타파하지도 또 그러한 의지조차 보여주지 못했 다는 아쉬움을 남기면서 다시금 새로운 부흥기를 맞이합니다.

3.‘신세기 에반게리온(新世紀エヴァンゲリオン)’의 등장과 제 2차 아니메 붐

앞서 언급한대로 90년대 초반 긴 침체기를 맞이했던 일본 애니메이션은 마침내 95년 한 작품이 T.V 도쿄의 전파를 타면서 다시금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게 되는데요 제작된지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일본 애니메이션을 논하기 위해서는 결코 빠져선 안될 작품, 그 작품이 바로‘신세기 에반게리온(新世紀エヴァンゲリオン)’이었습니다.

이 작품에 대해서는 뭐 굳이 언급을 하지 않아도 다들 저보다 훨씬 잘 알고 계시리라 믿고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겠습니다만 한가지 꼭 필요한 것을 집고 넘어가자면 이 작품에 대해서는-에바 신화론, 에바 혁명론, 에바 거품론, 에바 무의론 심지어 안노 깽판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해석과 평가가 엇갈리는 작품이긴 합니다만 한가지 누구나가 인정하는 부분이 있다면 이 작품이 등장하고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되는 시기를 기점으로 일본 애니메이션의 팬층이 급증하고 시장규모가 증가하는 제 2차 아니메 붐을 맞이하게 되었고 실제로 이 작품이 그것의 직, 간접적인 원인이 되었다는 것인데요 특히 그것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던 T.V애니메이션의 경우, 심야 애니메이션의 태동과 활성 논 스크램블 애니메이션 방송의 시작 등의 여러가지 새로운 방법론을 통하여 과거보다 훨씬 다량의 그것도 고질의 애니메이션들이 우후죽순처럼 제작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과거보다 훨씬 마니아적 이고 비 주류적인 코드를 담아낸 애니메이션들이 제작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었습니다.

결국, 이것은 과거 그 절대적인 수치에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던 소수 취향의 구매력이 전체적인 팬층의 급증과 함께 이제는 나름대로의 파워를 가진-제작사 측에서도 매력을 느낄만한- 수준까지 성장했고 그 결과 그들의 취향이 별다른 정제를 거치지 않고 고스란히 반영된 작품들이 등장하기 시작 했다는 것인데요 이러한 흐름은 여성팬 혹은 여성향적 코드를 공유하는 팬 층 역시도 예외가 아니었고 결국 거기에 화답이라도 하듯 97년 4월 2일 ‘소녀혁명 우테나(少女革命ウテナ)’라는 작품이 T.V 도쿄의 전파를 타게 됩니다.

2. 본 론

1. 남성 판타지로서가 아닌,‘여전사‘의 이미지

그렇다면, 이시기에 등장한‘소녀혁명 우테나’라는 작품은 어떠한 방식으로 여성들의 취향을 반영 했는가? 일차적으로‘우테나’는 앞서 여성향의 애니메이션으로는 드물게-비록 한계가 있긴 했지만-하나의 장르로서 자리 잡았던 변신 소녀물을 기반으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그 주인공으로 텐죠 우테나(天上 ウテナ)라는 여전사적 이미지를 가진 케릭터를 설정하는데요 놀랍게도 그 과정에서 케릭터의 모티브를 79년작 ‘베르사유의 장미’의 주인공 오스칼의 그것에서 차용해 옵니다.

이것에 대하여 작품의 감독 이쿠하라 쿠니히코(幾原邦彦)는‘다른 작품을 모방하려 해도 자신이 원하는 형태의 케릭터를 얻어낼 수 있는 작품이 그것 밖에 없었다.’라고 말하고 있는데요 이는 즉, 그가 굳이 가까운 년배의-게다가 자신이 직접 감독까지 했던- ‘미소녀전사 세일러 문’이나 조금 더 앞이긴 해도‘버블컴 크라이시스(バブルガム.クライシス,85)’ ‘프로젝트 A코(Project A 子,86)’‘갈포스(Gall Force,86)' '톱을 노려라!(トップをねらえ!,88)'등과 같이 80년대 후반 성행한 호전적인 여성 케릭터를 전면에 배치했던 작품들 속의 여전사적 이미지가 아니라 훨씬 시대적으로 동떨어진 ’베르사이유의 장미‘의 그것을 모티브로 삼아야 했던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는 것 일텐데요 그것은 아마도 이쿠하라 감독 스스로가-’베르사이유의 장미‘가 아닌- 다른 작품들이 그리고 있는 여전사적 이미지가 다분 남성에게 어필하는-섹슈얼하고 페티시즘적인 복장, 풍만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가 드러나는 외형등- 획일화된 이미지임을 분명 많던 적던 인식하고 있었을 테고 자신의 작품에서는 그것과는 다른 여성이라는 생물학적인 성(sex)과 전사라는 사회적 젠더(Gender)성을 적절하게 공존시킨, 여성이 감정이입 할 수 있는 형태의 여전사적 케릭터를 표현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여성성과 남성성이 공존하고 귀족적인 귀품마져 느껴지는 오스칼의 케릭터성은 분명 적절한 대안이 아니었는가 하는 해석을 해 봅니다.

어찌되었건 결국 오스칼과 매우 유사한 여성성과 남성성이 공존하는 형태로 완성된 우테나는-이 작품의 방향성이라 할수 있는-지금껏 여성의 어떤 데포로메 욕구를 충족시키며 하나의 판타지로서 기능해왔던 변신 소녀물들이 오히려 그 변신의 대상을 공주, 요정, 아이돌 혹은 성숙한 여인 정도의 제한적인 영역에만 한정시킴으로서 오히려 지배 이데올로기적 성 담론을 고착시켰던 이중적인 역할을 했던 것과는 다르게 결단코 될 수 없다고 단정하고 미리 한계를 그어버렸던‘왕자’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는 혁명의 방향성과도 일치함과 동시에 여성으로서의 그녀까지 포괄하는 양가성을 드러내며 일본 애니메이션 전체에 뿌리내린 획일적인 히로인 상에서 벗어나, 로라 멀베이(Laur Mulvey)‘가 주장했 던 복장 도착자로서의 여성 케릭터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다층적이고 입체적인 케릭터로서 그 매력을 발산 하며 많은 여성 팬들을 끌어들였습니다.

2. 케릭터 디자인과 섹슈얼리티

또한 애니메이션‘소녀혁명 우테나’는 전체적인 케릭터 디자인의 화풍이나 그것을 표현하는 양식부터 확실히 남달랐는데요 그냥 눈으로만 살펴봐도 종래의 일본 애니메이션의 케릭터 디자인과 비교했을때 이질감이 확 뭍어져 나오는 이‘우테나’의 케릭터 디자인은 다들 아시다 싶이 순정만화가 사이토 치호(さいとう ちほ)씨가 케릭터 원안을 담당했고 그것을 작화감독이자 애니메이션 케릭터 디자이너인 하세가와 신야(長谷川眞也)씨가 자신만의 독특한 해석을 가미하여-선을 훨씬 굵고 부드럽게 변화시킨다던지- 애니메이션화 시킨 디자인으로서 그때까지의 애니메이션 케릭터 디자인이 소년만화의 그것에 근간을 둔 것과는 대조적으로 훨씬 여성취향이라 할 수 있는 순정풍의 그것과 유사한 형태를 취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런 케릭터 디자인에 근간을 둔 어떤 섹슈얼리티의 표현이란 측면에서도 분명 작품 내,외적으로 굉장히 섹슈얼한 이미지가 산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성의 시각과 거의‘동일시’된 평범한 애니메이션속 섹슈얼리티를 재생산하기 보다는 하세가와 신야 스스로가 '우테나의 에로스'는 소녀만화(少女マンカ)적 에로스, 지금까지 남성의 눈으로 보아오던 관능성(官能性)과는 매우 큰 차이가 있습니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소녀만화속의 귀족적이고 탐미적인 형태의 섹슈얼리티를 담아내거나 심지어는 윗도리를 벗어젖힌 남성의 가슴 언저리를 노골적으로 클로우즈 업 하는-물론 이것에 대해서는 오히려 여성들의 반감이 더 심했습니다만(웃음)-등의 비 남성향의 섹슈얼리티를 담아내려고 노력함으로서 다분 남성 중심적으로 흘러온 애니메이션의 케릭터 디자인과 여성을 시선-바라보기의 주체가 아닌 쾌락의 대상으로만 설정해온 그때까지의 애니메이션 속 섹슈얼리티를 종래와는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 보고자 했던 독특한 시도를 했던 작품이었고 그것은 분명 그 성패를 떠나 그 시도만으로 확실히 가치 있는 시도가 아니었나 생각을 해 봅니다.

3. 다카라즈카의 그것을 재현해 낸 액션

그리고 또 다른 요소로서-이미 제 블로그 에서도 잠시 언급을 했던- '액션’부분이 있을 텐데요‘우테나’란 작품 속에 가장 대표적인 액션 시퀀스라 할 수 있는 결투씬을 유심히 살펴보면 뱅크로 처리된 부분과 실제 프레임이 어긋나는 조약함, 결정적인 순간에 뜬금없이 장미문양이 등장하여 해당 부분의 묘사 자체를 가려버리는 기본적인 묘사의 부재, 심지어는 결투상대를 앞에 두고 옆으로 뛰어가면서 장황스런 대사를 늘어놓는 작위적인 행위에 이르기까지 분명 소년만화와 영화 양측에 반쯤 발을 담구고 있는 주류 애니메이션의 시각으로 보았을 때 이질적인 요소가 산재해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러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우테나’의 결투씬을 보면서 딱히 그러한 점을 의식하기 보다는 오히려 작품의 백미로 손꼽는데 주저하지 않으며 크게 감정이입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운 데요 이러한 모순적인 상황을 가능하게 만드는 첨병은 바로‘음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일본의 연극 다카라즈카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잘 알려진 이 음악은 매화마다 들죽날죽한 길이의 결투씬과 정확한 합일을 이루면서 그 시퀀스안의 액션들을 그러한 리듬감에 편승시킴은 물론, 나아가서는 작품의 작위적이고 어색한 액션을 보완하여 하나의 화려함으로서 승화시키고 있는데요 이는 실제 다카라즈카가 배우의 연기나 동작을 리얼하게 하기 보다는 오히려 작위적이고 어색한 동작을 취하면서도 웅장한 음악을 중심으로 철저하게 안무에 가까운 형태로서 그것을 구현 함으로서 일종의 화려함을 관객들에게 전달하듯이‘우테나’의 액션 시퀀스 역시도 그러한 형태, 웅장한 음악에 연기적인 액션을 맞춰넣는 다카라즈카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이것은 매우 남성편향적인 일본 애니메이션의 연출방식 중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만한 액션 시퀀스에 대한 연출을 종래의 소년만화나 영화의 그것에서 빌려오는 형태를 취하지 않고 과거 소녀망가들을 대거 컨버젼 하면서 확실히 여성향으로 굳어진 다카라즈카의 그것으로 대치함으로서 애니메이션으로는 시도된 적 없었던-혹은 되었더라 하더라도 충분히 공인받지 못했던- 여성향의 액션을 추구하고자 했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나아가서는 그것과 조금 다르긴 하지만 ‘프린세스 츄츄(プリンセスチュチュ)’에서도 ‘발레’를 비슷한 형태로 작품 속 액션에 접목시킴으로서 이러한 방법론이 애니메이션 내부에서 미약하게나마 어떤 흐름을 가지는 하나의 새로운 시도가 될 수 있지도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게 만듭니다.

4.‘소녀혁명 우테나’의 양가성, 다양한 가능성으로서의 여성

그러나 ‘소녀혁명 우테나’라는 애니메이션이 정말 온전한 여성향의 애니메이션으로 존립 할 수 있었던 요소들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로‘소녀혁명 우테나’라는 작품 전반에 깊숙이 내재되어 있는 어떤 이중성, 좀더 구체적으로 집어 보자면 작품 속 케릭터의 성향이나 여타 메르헨, 순정물 등의 여러 작품, 장르에서 차용 해온 다양한 여성향적 코드들을 종래까지 일반적으로 통용되던 어떤 획일화된 형태의 것이 아니라 긍정, 부정 순수, 비 순수 여성성, 남성성의 양면 모두를 혼재시키는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에 대하여 몇가지 예를 들자면-많은 분들이 치를 떠는- 33화 ‘밤을 달리는 왕자(夜を走る王子)’에서 우테나가 아키오와 섹스를 나누는 듯한 시퀀스가 있습니다. 만일‘우테나’가 앞서 제가 언급한 것이 아닌 매우 평범한 작품이 되고자 했다면 아마 그 이후부터 왕자로서의 우테나의 속성은 분명 거세당하거나 하다못해 퇴색 되어야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바로 이어지는 34화 ‘장미의 각인(薔微の刻印)’에서 오히려 그러한 예상을 깨고 -다들 눈물깨나 흘리셨을 법한- ‘내가 왕자가 될 거야!’라는 대사를 우테나에게 외치게 함으로서 오히려 왕자로서의 그녀를 더욱‘긍정’하고 있고요 반대로 38화‘세계의 끝(世界の果て)’에서는 우테나가 아키오에게 당당하게 ‘내가 왕자가 되겠다는 거야!'라고 외치지만 이쿠하라 감독은 거기서 이야기를 닺아버리지 않고 오히려 그녀가 여성임을 이유로 그녀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안시의 행동을 삽입함으로서 왕자와 그런 왕자의 보호를 받는 공주라는 메르헨적 구도를 평범하지도 그렇다고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판타지도 아닌 양면 모두를 포괄하는 영역까지 확장시켰습니다.

게다가 그런 주연 케릭터만이 아니라 아리스가와 쥬리(有栖川樹璃)와 타카즈카 시오리(高槻枝織)의 관계가 그 기본은 어떤 백합적인 속성, 여왕적인 이미지의 케릭터와 그녀를 동경하는 소시민적인 여성이라는 매우 통속적인 구도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실제 작품상에서 그것을 살짝 뒤틀어서 오히려 쥬리가 순수한 의미에서 시오리를 동경하고 시오리는 콤플렉스나 병적인 집착 자의식 과잉 심지어 레즈비어니즘까지 혼재한(결코 긍정적 이라고 만은 할 수 없는) 다양한 형태의 감정들을 쥬리에게 표출한다든지 카오루 미키(薰幹)와 카오루 코즈에(薰梢)의 관계 역시 순수함을 간직한 오빠와 그런 오빠를 동경하는 여동생 이라는 매우 고전적인 순정만화의 갈등구도를 차용해 오면서도 종래의 것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코즈에-믹키-안시로 이어지는 어떤 순수와 동경, 집착과 억압 그리고 비순수의 영역이 혼재한 매우 독특한 갈등구조로 풀어내는 등 ‘우테나’를 구성하는 근간의 코드들은 정말 ‘잔혹동화’라는 표현이 걸맞을 정도로 과거 아무런 고찰 없이 통용되던 어떤 일방통행 적이고 순수에 대한 강박관념을 지니며 억압적인 성 역할 구도를 재생산 하는 형태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고전적인 코드들을 비틀고 뒤집으며 혼탁하게 만듦으로서 그 스펙트럼을 훨씬 확장하고 두텁게 만들었음은 물론 그 결론 역시도 종래까지의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함으로서 그를 통하여 일본 애니메이션, 아니 우리사회 전체에 뿌리 내린 여성에 대한 성녀가 아니면 창녀 순수가 아니면 타락이라는 이분법적이고 획일화된 담론의 구도를 탈피하고 훨씬 다양하고 양가적인 가능성으로의 여성과 그 여성의 코드들을 일본 애니메이션이라는 지금껏 너무나도 폐쇄적이었던 공간 안에 담아내는‘혁명’을 이루어 냈던 것입니다.

예,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의 의견이 분분하리라 생각을 합니다. 그도 그럴것이 이런 양가성이란 것은 양날의 검과도 같아서 해석하기에 따라서 그 결과가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고 특히나 그러한 형태의‘혁명’이 훨씬 보편적이고 포괄적인 개념으로서 해석이 가능하기에 애니메이션 ‘소녀혁명 우테나’의 혁명을‘소녀’혁명으로 볼 것인가 소녀‘혁명’으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분명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지지는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신세기 에반게리온’이 나와 타인간의 소통의 문제, 나아가서는 그 소통을 교란하는 폐쇄성의 극복을 이야기 했다는 매우 보편적인 해석을 가지면서도 작품을 구성하는 오타쿠적인 코드들과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 자체의 폐쇄성과 호흥 하면서‘폐쇄적인 오타쿠 문화에 대한 비판’이라는 매우 특수한 영역의 해석이 많은 설득력을 얻고 있듯이‘우테나’ 역시도 이 작품이 등장한 시기의 일본 애니메이션의 남성 편향적 구도, 작품이 지향 하고 있는 어떤 여성향적 코드 등을 c총 합해서 생각해 본다면‘여성’이라는 특수한 대상을 중심으로 하는 해석은 적어도 가장 설득력 있는 해석중 하나라는 것만큼은 누구도 부정 할 수 없을 것입니다.

3. 결 론

결국 결론을 내자면 ‘소녀혁명 우테나’라는 작품은 ‘신세기 에반게리온’ 이후 일본의 T.V애니메이션에 과거보다 훨씬 다양하고 새로운 코드가 도입되던 시기에 그동안 몇가지 이유로서 소외 당 해왔던 여성향적 코드들을 온전히 반영하고자 했던 애니메이션이고 그 방법론으로서 그간 애니메 이션으로 시도되지 않았던 타 장르의 것 혹은 시도는 되었지만 어떠한 흐름을 이어가지 못하고‘단절’되어 버렸던 과거의 작품 속에 남아있던 여성향적 코드들을 빌려 변신 소녀물이라는 기반위에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놓은 작품이고 그 과정에서 분명 ‘여성의 취향’ 나아가서는 ‘애니메이션 속 여성에 대한 담론’에 대하여 진지한 고민을 했던-제가 아는 한- 최초의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여성향이니 남성향이니 하는 구분이 절대선, 절대악의 의미는 아닙니다. 게다가 그것을 구분하는 방식 역시도 아직까진 모호한 점이 많고요 하지만 적어도 일본 애니메이션처럼 작품의 성향이 어느 한쪽으로 과다 편중된 상황에서 그 주류에 휩쓸리기 보다는 그것에 반하는 작품이 제 작되었고 그것이 나름대로 성공정인 평가와 결과물을 내어 놓았다는 것은 분명 고무적인 일이고 그 선구자적 가치 역시도 높게 평가 받아야 한다는 것은 여기계신 모든 분들이 많든 적든 공감하리라 저는 감히 생각을 합니다.

부디 먼 훗날에도 일본 애니메이션이 설령 남성의 구매력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더라 하더라도 그 한켠에서는 여성의 취향을 온전히 반영한 여성향의 작품들이 꾸준히 제작되고 그들이 획일적인 구조에 대응하는 안티태제로서 존재해 주기를 바라면서 이만 저의 발제를 마치고자 합니다.

긴 시간, 지루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상입니다.

☞ 참고문헌(단행본, 가나다 순)
  • 서인숙 『씨네 페미니즘 이론과 비평』도서출판 책과길, 2003
  • 박정배, 강재혁 『아니메를 읽는 7가지 방법』 미컴 ,1999
  • 닛케이 BP사 기술연구부 엮음, 성하목 옮김 『일본 애니메이션과 비즈니스 전략』 한울 아카데미. 2001
  • 한국 만화 애니메이션 학회 엮음 『일본 애니메이션의 분석과 비판』 한울 아카데미, 1999
  • 송락현 『일본 극장 아니메 50년사』스튜디오 본프리, 2003
  • 안토니아 레비 지음, 이혜정 옮김 『외계에서 온 사무라이』초록배 매직스, 2000
☞ 참고문헌(정기간행물, 가나다순)
  • 월간『뉴타입(ニュ-タイプ)』 1996년 6월호 外 다수, 각천서점(角川書店)
  • 월간『아니메쥬(アニメ-ジュ)』 1998년 9월호 外 다수, 덕간서점(德間書店)
☞ 참고사이트(인터넷, 무작위)